에스프레소, 그리고 변수들

카페를 운영하는 분들의 여러가지 고민 중 하나는 에스프레소 셋팅을 맞추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단 아침 뿐만이 아니라 하루에도 여러번 변하는 에스프레소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일은 숙련된 바리스타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될지 몰라서 더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해야 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는 한 가지가 아닙니다. 만약 변수가 한 가지라면, 에스프레소의 맛을 맞추는 방법은 너무 간단할 것 입니다. 하지만 한 잔의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만들기 위해서 고려해야할 변수를 생각해보면 물, 온도, 입자, 원두의 디개싱 정도, 날씨 등등… 정말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이 모든 것을 다루어서 셋팅을 맞출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대부분의 카페들은 그럴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자신의 매장에서 통제 가능한 변수들을 먼저 파악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전체 변수들을 다 다룰 수 없으니, 다룰 수 있는 변수라도 조절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카페에서 기본적으로 통제 가능한 변수들은 바스켓에 담는 원두의 양, 원두의 입자와 추출 시간, 추출된 에스프레소의 양일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원두의 상태에 큰 문제가 없다면, 이 변수들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에스프레소를 맛있게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은 변수들은 어떻게 줄여나갈까요? ‘바스켓에 담는 원두의 양’이라는 변수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대부분의 바스켓은 담을 수 있는 원두의 양을 권장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바스켓은 몇 그람을 담을 수 있는 바스켓인지 확인해보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이제 변수가 조금 줄어들 것입니다. 만약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바스켓이 15g의 원두를 담으라고 권장하는 바스켓이라면 원두의 입자 크기나 디벨롭의 정도에 따라 +,- 1 – 2g 정도의 원두양을 담을 수 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13 – 17g의 원두를 담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다른 변수들은 다 고정시켜놓고, ‘바스켓에 담는 원두의 양’의 변수를 13 – 17g까지 차례로 시도해 봅니다. 총 5 가지의 변수가 나오는데, 그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에스프레소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바스켓에 담는 원두의 양’ 변수가 총 5 가지이고, 나머지 ‘원두의 입자’, ‘추출 시간’, ‘추출된 에스프레소의 양’ 각각의 변수 또한 마찬가지로 5 가지라고 가정한다면 총 변수는 5 x 5 x 5 x 5 = 625 가지가 되네요. 생각보다 많다고 느낄 수 있지만, 여기서 추가될 수 있는 변수는 공부하다보면 충분히 더 나올 수 있습니다.

 

저 모든 에스프레소를 하루만에 다 마시면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매일 20잔씩 마신다고 가정하면 한 달 안에는 다 마셔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 동안에 원두를 둘러싼 대기의 습도나 온도, 추출하는데 사용되는 물의 환경이나 원두 안에 갇혀있던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는 정도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완벽하게 제한된 환경에서 마셔보는 에스프레소는 아닐 겁니다. 그래서 매일매일의 기록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마시는 에스프레소에 대한 정보를 기록해놓고, 나중에 개인적으로 맛있었던 에스프레소가 어떤 환경에서 추출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권장합니다. 아마 대부분은 맛있었던 에스프레소에 대한 정보들이 일정한 양상으로 좁혀질 것입니다.

 

커피 추출을 둘러싼 변수들이 추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너무나 많고, 매일매일 변수들이 미세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커피의 추출은 이래야 한다.’ 라는 정답은 없습니다. 그저 자신이 일하고 있는 환경에서 꾸준히 마셔보고, 기록해나가다보면 자신만의 방식이나 맛에 대한 취향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동네에서 맛있는 커피를 판매하는 좋은 카페로 인식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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